김동문의 중동읽기·세상읽기·성경읽기·일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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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극, 역사 이야기, 역사를 담은 이야기를 동화로 바꾸면 사실도 진실도 현장 이야기도 사라진다. 그 가운데 하나가 베데스다 연못에 얽힌 이야기이다. '자비의 집' 베데스다의 잔혹함, 그곳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패자부활전의 죽음의 전쟁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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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떠올리는 복음서 가운데 하나가 요한복음이다. 매일성경 2017년 1월 15일 성경 본문이 요한복음 5장이다. 그 묵상 안내문 가운데 눈길을 끄는 아래와 같은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이런 식의 익숙한 문답에 약간의 거부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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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문은, 전형적이고 전통적이다. 그러나 베데스다가 어떤 곳이었는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 베데스다에 내몰린 사람들이 어떤 심정이었는지도 무관심한 듯하다. 우리의 성경읽기는 사람에게 주목하는 듯하나, 사실은 기적 같은 사건에 집착을 한다. 이 묵상 질문은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아가는 듯하다. 미신밖에 기댈 것이 없었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전혀 갖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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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데스다 연못은 이방 신전 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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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베데스다 연못의 잊힌 진실에 주목해본다. 베데스다, 그곳은 로마인을 위한 치료 센터였다. 베데스다 연못이 치료센터였고, 이방인의 공간이었다고?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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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로마 주둔군 일부는 이 시설을 보호하는 일에 투입되었다.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에 이방 신전이 들어서 있는 것에 대한 유대 원리주의자들의 예상되는 공격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렇지만, 실제로 유대인들이 이곳에 대해 적대적이었는지는 모른다. 사실 로마 황실의 임명을 받은 대제사장부터 친 로마 인물들이었기에, 그리고 헤롯당과 정치집단 모두가 다 똑같은 존재들이었기에, 예루살렘 지배 세력의 저항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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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여신을 만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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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모여든 이들은 포르투나(Fortūna) 여신이 가져다줄 운명을 기다리곤 했다. 운명의 여신이 어느 날 어느 순간인가, 임재하게 되면, 그의 선택을 받으면, 행운을 얻게 되고, 새로운 운명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이것을 묘사한 것이 아래와 같은 표현이다. 기회는 나중에 잡을 수 없다는 의미로 포르투나 여신의 모습이 뒤 머리카락이 표현되지 않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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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들 가운데는 미쉬나의 아래와 같은 표현이 베데스다 연못에 대한 이야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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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he saw one issue which was as copious as three, lasting as long [as it takes to go] from Gad-Yav to Shiloah, which is the time it would take to bathe and dry twice, he becomes a full zav. If he saw one issue which was as copious as two, he defiles [objects] on which he lies or sits and he must immerse in running water, but he is exempt from bringing a sacrifice. - Mishnah Zavim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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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로마인의 특별 공간인 이곳에 유대인 병자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은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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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데스다 연못가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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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인데도 이방 신전, 이방 신의 우연에 기대에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치유 순간을 갈망하게 된 이들의 절박함은 얼마나 컸을까? 그들이라고 이 방식 앞에 다가서는 것이 우상숭배라는 것을 몰랐을까? 알지만, 치료받지 못할 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공동체에서, 성전 제사에서 내몰린 이들이 갈 곳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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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데스다 연못에는 어떤 이들이 있었을까? 등장인물들을 살펴보자. 예수, 그 제자들(직접 본문에 언급되지 않는다), 많은 병자, 맹인, 다리 저는 사람, 혈기 마른 사람들, 유대인들(이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이나 유대 지방에 사는 이들을 일컫는 것이기 보다, 좁은 의미에서 율법주의자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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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정도의 사람이 모여 있었을까? 베데스다 연못에는 환자들만 있었을까? 그 가족이나 친지들, 지인들은 없었을까? 막 이곳에 들어온 환자들부터 38년 된 병자처럼 묵은 질병으로 시달리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을 것이다. 이런 형편에 따라 환자의 가족이나 친지의 현장 체류나 방문 정도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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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곳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죽어서 장례를 치러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현장에는 죽은 자의 시신을 들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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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베데스다 연못가 시설을 관리하는 관리인들은 없었을까? 이곳에 진을 치고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배설물과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도 곤혹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한편 치안 요원들의 존재는 있었을까? 이곳은 우범지대는 아니었을까? 아니면, 로마 치안 당국이나 예루살렘 종교인이나 관리들은, 이곳의 환자들의 난동 위험성은 전혀 간주하지 않았을까?(명절이면 평소보다 많은 이들이 예루살렘으로 몰려오곤 했기에, 로마 당국이나 예루살렘 치안 관계자들은 통상적으로 경계를 강화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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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환자들과 그 가족, 친지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거나 사업을 하는 이들은 없었을까? (베데스다 연못을 둘러싸고 행각과 동굴들이 있었고, 그 안에서 숙식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제 어느 시각에 연못물이 움직인다는 헛소문을 퍼뜨리는 이들은 없었을까? 어느 자리가 명당이니 그 자리를 차지하도록 돕겠다는 이들은 없었을까? 베데스다 연못가에서 치유받았다는 이들의 간증 이야기도 돌지 않았을까? 토라의 어느 말씀을 암송하고 몸에 붙이고 다니면 치료받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식의 종교 장사꾼들의 존재는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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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말한다, "여기에도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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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서의 예수의 관심은 사람이었다. 그의 발걸음, 손길, 말과 마음이 닿는 곳에는 사람 취급받지 못하던 '개 같은 이들', '들풀 같은 존재들, '죄인'들 그러나 '사람'이 있었다. 베데스다 연못가도 마찬가지였다. 38년 된 병자가 치유받았기에 사람이 된 것이 아니라, 이미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사람 같지 않은 사람 취급받는 경우는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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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과시욕에 절어있는 이들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을 배경 삼아서 자기를 드러낸다. 그러나 사람을 아끼는 이들은, 사람들도 하여금 '그 사람들'에게 주목하게 한다. "나 여기 있다"라고 언론에 얼굴 내미는 이들과는 전혀 다른 존재였다. 성경을 읽으면서 예수에게 주목하는 것은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예수의 메시지, '여기에도 사람이 있다'라며 우리에게 소개하는 '그 사람(들)'에게도 주목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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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vs 포르투나 여신, 아스클레피우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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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이야기를 접한 로마 문명 속에 살던 이들은 무엇을 떠올렸을까? 베데스다 연못의 두 신의 힘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치유받은 한 사람의 이야기에 무엇을 느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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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된 병자는 행운의 여신을 만나지 않았다. 예수를 만났다. 예수가 이 병자에게 행운의 여신이었다. 38년 된 병자는 아스클레피우스 신의 은총을 힘입지 못했다. 예수를 만났다. 예수의 은혜를 누렸다. 예수는 이 병자였던 이의 치료의 신 아스클레피우스였다. 예수는 푸르투나 여신이며, 아스클레피우스 신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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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로마 신들의 공간에서 예수는, 아무도 모르게 그러나 공개적으로 행운과 치료의 능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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