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위: 사형 선고를 받은 이들은 누구인가

체포된 지 23일 만에 공개 처형된 마지드레자 라흐나바드(23)

사진 출처, Getty Images

모센 셰카리(23)가 시위대 최초로 교수형을 당한 지 나흘 뒤인 지난 12일(현지시간) 종교 도시 마슈하드 도심에선 마지드레자 라흐나바드가 공개 처형됐다.

이란 혁명 법원이 판결한 이 두 청년의 죄는 '모하레베(moharebeh)', 즉 '신에 대한 적대감'이다. 보통 무기로 생명이나 재산을 위협해 "공공의 불안을 조성"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범죄다.

한편 이란 당국이 언론과 정치범 가족 간의 접촉을 막기에 사형선고가 내려진 이들이 누구인지 정확히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사형이 집행됐거나 집행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일부 인물을 살펴봤다.

모센 셰카리

모센 셰카리
사진 설명, '셰카리는 카페 직원이었다. 비디오게임과 커피에 대해 열정적으로 얘기하던 친구였다'

20일간 함께 수감 생활했다는 바박 아게바티는 "셰카리는 카페 직원이었다. 비디오게임과 커피에 대해 열정적으로 얘기하던 친구"라고 적었다.

아게바티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셰카리가 얼마나 친절하고 자상한 사람이었는지, 셰카리가 처형당했다는 소식에 자신이 얼마나 절망했는지 적었다.

마지드레자 라흐나바드

체포된 지 23일 만에 공개 처형된 마지드레자 라흐나바드(23)

사진 출처, IHRights

사진 설명, 체포된 지 23일 만에 공개 처형된 마지드레자 라흐나바드(23)

라흐나바드의 가족들은 석방될 것이라 기대했다고 말한다.

이란 국영 TV가 촬영한 동영상 속 라흐나바드는 눈이 가려진 채 팔이 부러진 상태다. 다른 수감자들과 마찬가지로 거짓 자백 강요 패턴에 부합하는 흔적이다.

괴로운 듯한 모습의 라흐나바드는 칼로 혁명수비대 소속 바시즈(Basij) 민병대를 공격한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으나, 자신은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체포된 지 23일 만에 공개 처형됐다.

한편 비슷한 운명으로 생을 마감할 수도 있는 다른 이들에 대해선 무엇이 알려져 있을까.

공식적인 집계는 없지만, 인권단체들은 현재 이란인 사형수 규모를 12명 정도로 추정한다.

또한 피고인들이 직접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으며, 정부가 지정해준 국선 변호인은 거의 변호에 나서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재판은 길게 이어지지 않으며, 자백조차도 보통 고문을 가하거나, 가족들을 빌미로 협박하거나, 형량을 낮춰주겠다는 거짓 약속으로 얻어내는 것으로 보인다.

사한드 누르무함마드자데흐

사한드 누르무함마드자데흐

사진 출처, Sahand Noormohammadzadeh

사진 설명, 사한드 누르무함마드자데흐

사한드 누르무함마드자데흐(26) 또한 '신에 대한 적대감'으로 유죄 판결 및 사형 선고를 받았다. 누르무함마드자데흐는 쓰레기통에 불을 지르고 교통을 방해했다는 혐의를 부인한다.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가 입수한 음성 파일 속 누르무함마드자데흐는 체포한 이들과 심문관, 검사가 모두 자신이 처형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한다.

즉 누르무함마드자데흐의 운명이 이미 재판이 열리기도 전에 결정났다는 것이다.

"검사실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검찰은 제 이마에 '처형! 교수형을 집행하라!'라고 적혀 있다고 말하더군요."

심지어 교도소에서 누르무함마드자데흐는 모의 처형까지 당했다. 오디오 파일 속 누르무함마드자데흐는 자신이 엄청난 정신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며 "교도소 측이 내게 처형당할 시간이라면서 전화를 건다"고 전했다.

하미드 사레-하산루

방사선전문의 하미드 사레-하산루(53)와 그의 아내 파르자네

사진 출처, Unknown

사진 설명, 방사선전문의 하미드 사레-하산루(53)와 그의 아내 파르자네

혁명수비대 바시즈 일원을 살해한 혐의인 "지상을 더럽힌 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15명 중엔 방사선전문의 하미드 사레-하산루(53)와 그의 아내 파르자네도 있다.

이들 부부는 수도 테헤란 인근 카라지에서 시위를 벌인 뒤 집으로 돌아가던 중 바시즈 대원이 공격당하는 것을 목격했다.

사레-하산루의 친구 하미드 하사니 박사는 BBC 페르시아어와의 인터뷰에서 사레-하산루 부부는 시위대를 말리려고 했으나, 결국 대원은 구타 끝에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레-하산루는 그날 부상당한 성직자의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사레-하산루 부부는 13살 난 딸이 보는 앞에서 새벽 2시 체포됐다. 이들 부부를 거칠게 습격한 이들은 딸에게도 부모의 체포에 대해 입을 다물라고 협박했다.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가 입수한 엑스레이 사진을 보면 사레-하산루는 갈비뼈 3개가 부러져 폐를 관통한 상태다.

사레-하산루는 사형을, 아내는 25년형을 선고받았다.

한편 사레-하산루의 처남은 파르자네가 고문 끝에 남편 사레-하산루가 "바시즈 민병대원을 한번 발로 찼을 수도 있다"고 "자백"했다고 언급했다.

또한 파르자네가 심하게 구타당해 머리를 다쳤으며, 이란 당국이 아들을 죽이겠다고 위협했다고 덧붙였다.

사만 야신

케르만샤 출신의 래퍼 사만 야신 또한 "신에 대한 적대감"으로 유죄판결 및 사형을 선고받았다

사진 출처, Kurdistanhumanrights.org

사진 설명, 케르만샤 출신의 래퍼 사만 야신 또한 "신에 대한 적대감"으로 유죄판결 및 사형을 선고받았다

서부 케르만샤 출신의 래퍼 사만 야신 또한 "신에 대한 적대감"으로 유죄판결 및 사형을 선고받았다.

야신은 테헤란에서 쓰레기통에 불을 지르고 3차례 총을 쐈다는 혐의를 부인한다.

쿠르디스탄 인권 비정부 단체는 "야신은 3일간 추운 곳에 갇혀 있었으며, 심하게 구타당하고 심지어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고 말했다.

야신의 어머니는 "쓰레기통에 불을 질렀다는 이유로 목숨을 앗아가는 곳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면서 "아들의 목에 밧줄이 감기기 전"에 이란 당국과 국제사회가 아들을 돕고 목숨을 구해달라고 간청하는 내용의 영상 성명을 지난 8일 발표했다.

한편 야신의 사건을 맡은 판사는 아불카심 살라바티로, 여러 차례 사형을 선고한 것으로 악명 높으며, 인권 유린으로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인물이다.

야신의 노래 '하지(Haji)'는 "나는 도덕 경찰에 저항했다. 저들은 내 목을 졸랐다. 저들은 내 행복을 금지하고 나를 짐승처럼 거꾸로 매달았다"는 가사로 시작한다.

야신은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 이란 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 사회 불평등, 부패에 대해 노래하는 동안 자신이 체포돼 고문당하고 엉터리 재판에 넘겨지는 모습을 담았다.

마한 세다랏 마라니

마라니의 가족은 처형이 암박한 것으로 본다고 말한다

사진 출처, Unknown/IHRights

마라니의 가족은 처형이 암박한 것으로 본다고 말한다.

마라니의 아버지는 이란 언론사 '세르흐 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적인 사건이다. 우리 가족이 마라니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마라니의 사건이 사법부 내 처형부로 이관됐다"고 전했다.

마라니는 오토바이에 불을 질렀다는 혐의를 시인했다. 마라니는 원래 오토바이 방화에 더해 칼을 이용한 폭행으로도 고소됐으나, 해당 고소는 철회됐다.

마라니는 최근 SNS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2주간 참으면 내가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음성 메세지를 연인에게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