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 관한 건축 ARCHITECTURE ON ARCHITECTURE
현대건축, 특히 아카데미와 연결된 엘리트 건축가들의 작업은 건축 디자인의 계보 위에서 특이점을 부각하려는 정체성 게임의 성격을 갖는다. 정체성 게임에서 승리한 건축과 건축가는 소위 작가적 권위를 획득한다. 이런 현대건축 경향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된 사건이 2014 베니스비엔날레다. 전시는 ‘펀더멘털(Fundamentals)’이라는 전체 주제 아래 〈현대성의 흡수: 1914-2014〉, 〈몬디탈리아〉와 함께 〈건축의 요소〉 세 가지 세부 주제전으로 구성되었다. 〈건축의 요소〉는 바닥, 벽, 천장, 지붕, 문, 창, 파사드, 발코니, 복도 등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건축가가 다루는 건물의 기본 요소를 전시했다. 여기에 전시된 건축 부품들은 이전 베니스비엔날레에서의 건축가 중심의 작품과 극단적인 대조를 이루며 마치 건축자재 박람회 같은 시노그라피를 연출했다. 소위 건축가 혹은 건축 디자인의 언어가 없는 건축이다. 이는 기술적, 미학적, 정치적 담론으로 구성된 현대건축 100년에 대한 자조이자, 작가 정신이 깃든 총체적 체계로서의 건축, 혹은 건축가와 건축의 정체성이 동일시되는 작가성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저자의 죽음’에 대한 선언으로 읽힌다. 에콜 드 보자르를 필두로 영미권의 현대건축은 아카데미가 제공하는 건축물 자체의 자율적 논리나 이론적 체계로 무장하는 한편, 산업적 건축 혹은 지역의 건설산업 생태계가 생산하는 효율 및 경제성으로부터의 저항과 투쟁의 장에 놓여 있다. 서양 고전주의 건축의 포트폴리오가 사진으로 대체되고 건축물을 설명하는 과학적 다이어그램이 카탈로그와 경쟁하는 식이다.▼1 건축이 구축되는 과정은 긴 시간이 소요되지만 상대적으로 콘텐츠로서 건축은 빠르고 부분적으로 전달되기에, 건축 생산의 규율(discipline)은 쉽사리 해체된다. 기술, 디자인, 혹은 효율을 앞세워야 하는 상황에서 건축은 늘 기존 규율을 파괴하거나 새롭게 정비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태도가 형식이 될 때
‘태도가 형식이 될 때’는 1969년 하랄트 제만이 기획한 전시의 제목이다. 완성된 작품은 물론 작품에 이르는 과정의 부산물과 개념까지 작품으로 선보이는 전시 방식의 출발점이 된 자리였다. 우리 작업을 소개할 기회가 생길 때면 이 동명의 전시 제목에 기대어 몇 가지 작업을 엮어냈다. ‘지붕감각 - 윤슬 - 두바이 엑스포 카자흐스탄관 계획안 - 신촌 파랑고래 - 성수 사일로 - 브릭웰’ 순이다. 유형으로 보면 ‘파빌리온 - 공공예술 - 엑스포 - 공원 속 건축 - 도시건축 - 정원과 건축’ 순이다. 시작은 지붕감각이다. 파빌리온 유형의 특성상, 건축이 외부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기회가 됐다. 외부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문맥인 ‘날씨’와 ‘분위기’가 프로그램이다. 자연스럽게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가르기보다는 병치, 중첩, 혼합하는 방식에 골몰했다. 이 고민은 이후 공원과 건축을 매개하는 형태를 모색하거나(신촌 파랑고래), 지하에 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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