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아파트나 빌라 소유권을 갖고 있지 않고 그 집합건물이 있는 토지의 지분권만 보유한 사람은 건물 때문에 땅을 못 쓰게 되더라도 건물 구분소유자들이 건물 소유 부분에 상응하는 '적정한 대지 지분'을 가진 한 사용료를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25일 토지 지분권자 A씨가 빌라 구분소유자 B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1978년 부친의 증여와 2011년 추가 상속으로 이번 사건의 토지 일부를 소유하게 된 사람이다.
1980년 이 땅 위에는 4층 규모의 빌라가 들어선다. 이 빌라는 B씨 등 다른 사람들이 나눠 소유했고, 2003년에는 가건물까지 세워져 토지 전부가 빌라와 가건물 부지로 쓰이게 됐다.
B씨는 자신이 소유한 건물 일부는 물론 그만큼에 상응하는 토지 지분권도 갖고 있었지만, A씨는 토지 지분권만 갖고 있을 뿐 건물 소유권은 없었다.
A씨는 2014년 "B씨 등은 토지 사용 이익을 얻지만 나는 전혀 쓸 수 없으므로 손해를 보고 있다"며 B씨 등이 토지 지분에 따른 '부당이득'을 돌려줘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공유 토지의 일부를 배타적으로 사용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보는 공유자는 자신이 보유한 공유 지분의 비율에 관계 없이 다른 공유자에게 부당이득을 반환해야 한다는 민법 법리가 근거였다.
B씨 등은 과거 A씨의 부친 등 토지 소유자들로부터 땅을 무상으로 사용해도 좋다는 승낙이 있어 건물이 신축됐고, 이런 묵시적 대지 사용권은 건물 소유권과 한묶음으로 처분돼왔으므로 A씨에게 돈을 줄 수 없다고 맞섰지만 하급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건을 다시 심리한 대법원은 "집합건물의 경우 대지 사용권인 대지 지분이 전유 부분(건물 부분)에 종속돼 일체화되는 관계에 있으므로 집합건물 대지의 공유 관계에는 민법상 일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는 새로운 법리를 내놨다.
재판부는 이런 새로운 법리가 대지 공유자들 중에 A씨처럼 구분소유자가 아닌 사람이 섞여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건물 소유자는 건물 소유권과 별도로 대지를 쓸 권리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아파트나 빌라 같은 집합건물은 관련 법령에 따라 대지 지분이 건물 소유권과 개별적으로 결합되는 관계에 있기 때문에, 보통 토지의 공유 관계와 달리 건물 부분과 대지 부분을 분리해서 볼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은 "적정 대지 지분을 취득한 구분소유자는 대지 전부를 용도에 따라 온전히 사용·수익할 권리가 있다"면서 "전유 부분을 소유하기 위해 다른 대지 공유자의 지분을 취득하거나 수익할 필요가 없어 구분소유자가 아닌 대지 공유자의 지분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적정한 대지 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가 A씨 같은 대지 공유자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지지 않아야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들에게 '적정한 대지 지분'을 확보할 동기 부여가 되고, 이를 통해 집합건물의 전유 부분과 대지 사용권의 일체성을 확보하려는 집합건물법의 취지도 달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A씨가 토지 사용에서 배제되는 손해를 모두 메꾸려고 한다면 빌라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내야 해 소송경제적 측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구분소유자가 아닌 대지 공유자와 구분소유자 사이에 대지의 사용·수익과 관련된 부당이득 반환의 법률관계가 간명하게 됐다는데 이 판결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xin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2022/08/25 16:21 송고2022년08월25일 16시21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