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야생동물의 서식지는 동물 특정종의 개별 구성원의 서 식영역이며,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생물적, 비생물적 요소 의 총체이다. 모든 생물종은 먹이, 물, 휴식처가 필요하고, 이를 제공할 서식지를 본능적으로 찾고자 한다 (Morrison et al. 1992). 또한 생존에 적합한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 는 행동은 반복적인 활동 습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Festa-Bianchet et al. 2003).
반달가슴곰은 과거 우리나라의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한반도 전역에 분포하였으나, 현재 지리산과 설악산 등 극 히 일부지역에서 명맥이 유지되고 있으며, 북한지역에는 다수 개체가 광범위한 지역에서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다 (MOE 2002). 일제강점기 해수구제라는 명목아래 우리나 라에 서식하던 반달가슴곰을 포함한 호랑이 등 대부분의 육식동물들이 무차별적으로 포획되었다. 또한 한국전쟁에 의한 자연서식지의 황폐화, 경제개발과정에서 산업화와 도시화에 의한 서식지 감소와 절편화, 1980년대까지 보신 문화로 인한 밀렵 등에 의해 20세기 후반 반달가슴곰의 개 체 수는 급감하였다 (KNPS 2004).
현재 반달가슴곰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I 급, 천연기념물 329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으며, 전 세 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CITES; Conversa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auna and Flora) 부속서-1에 등 재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며 (CITES 2019), 국제자연보호 연맹 (IUCN) 지정 취약종 (Vulnerable)으로 분류되어 있다 (IUCN 2019). 2004년 지리산국립공원에서 반달가슴곰 복 원사업이 시작된 이후, 개체군이 빠르게 성장하여 현재 62 개체가 야생에서 활동 중이다 (SRTI 2018).
2017년 반달가슴곰 1개체가 지리산국립공원에서 멀리 떨어진 (약 80 km) 경상북도 김천시 대덕면 수도산 지역에 서 발견된 바 있다. 이 사례는 복원사업 중인 개체가 단위 서식지에서 원거리 지역까지 이동한 드문 사례였다. 이후 유전자 분석을 통해 지리산 개체군 중 한 마리임을 확인한 후, 다시 지리산국립공원 내에 방사하였으나, 곰은 다시 수 도산 지역으로 이동하는 양상을 나타내었다. 이에 본 연구 는 지리산국립공원에서 방사된 개체가 원거리 지역인 경 상북도 김천시 수도산으로 반복적으로 이주하는 사례에 서 이주 행동의 특성과 이주 후 행동권에 대한 비교를 통 해 점차 개체군이 증가하고 있는 지리산 반달가슴곰 집단 의 서식지 확산과 이에 따른 광역적 관리 방안 마련에 필 요한 자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재료 및 방법
1. 반달가슴곰 행동 특성 분석
1) 위치추적
반달가슴곰의 위치는 VHF 주파수 발신기 (M3620, ATS, Canada)와 수신기 (R-20, ICOM, Japan)를 이용하여 확인 하였고, 삼각측정법을 적용하여 위치를 확인하였다.
2) 행동권 분석
반달가슴곰 행동권은 HRT (Home Range Tools) for ArcGIS (Ver 10.1) 이용하여 분석하였으며, 행동권 면적 은 최외각블록다각형 (MCP; Minimum Convex Polygons) 기법의 100%, 95%, 50%에서 데이터를 분석하였다. 또한, MCP 분석이 대면 적을 포함할 수 있다는 단점 (Worton 1987)을 보완하기 위해 Kernel 밀도추정치 (Kernel density estimation)의 95%, 50%에 대한 분석을 병행하였다.
3) 연구개체
지난 2017년 6월 15일 김천시 대덕면 수도산에서 포획 된 반달가슴곰 KM-53은 수컷으로 지리산 반달가슴곰복 원사업을 위해 중국에서 도입된 부모 사이에서 2015년 1 월에 출생하였으며, 같은 해 10월에 지리산에 방사되었다.
4) 연구기간
연구기간은 반달가슴곰 KM-53이 최초로 수도산에서 포획 (2017년 6월 15일)된 이후, 1차, 2차, 3차 방사가 이루 어진 2018년 12월까지 진행되었다 (Table 1).
결 과
1. 이동거리
1차 방사 이후 한 지점에서 지속적으로 머무르는 행동 을 보이지 않았으며, 이동하는 성향을 나타냈다. 포획 직전 까지 이동한 거리는 약 100 km이며, 하루 평균 약 5 km를 이동하였다. 7월 25일경 수도산으로 이동한 개체는 지리 산 자연적응훈련장에서 방사한 이후 20일 만에 목격 지점 인근에서 다시 포획되었다 (Table 2, Fig. 1).
2017년 9월 5일 지리산 지역에 2차 방사된 개체는 1차 방사 경로와 비슷하게 이동하는 양상을 보이다가 35번 고 속국도 인근에서 다시 지리산국립공원으로 이동하여 동 면 활동을 하였다. 2018년 4월경 동면 활동을 마치고 4월 28일 공원 경계를 벗어나 1차, 2차 초기 방사 경로와 유사 한 이동경로를 보였으며, 당해 연도 5월 5일 새벽에 1차 이 동 당시 인근 고속도로 지점에서 횡단도중 고속버스와 충 돌하여 치료를 위해 회수되었다. 2차 방사 및 회수에 이르 는 기간 동안 개체가 이동한 거리는 총 207 km이었으며, 총 평균 이동거리는 1.95 km이고 1차 방사 활동 일수와 비 교한 평균 이동거리는 3.25 km로 나타났다 (Table 2, Fig. 2).
재활 치료 후 수도산에 3차 방사한 개체는 전체 193 km 를 이동했으며, 하루 평균 0.99 km를 이동한 것으로 분석 되었다. 또한 1차 방사 일수와 비교한 방사 초기 20일간의 평균 이동거리는 3.10 km로 분석되었다 (Table 2, Fig. 3).
2. 활동고도
1차 활동시기 평균 활동 고도는 816.94 m, 2차 활동시기 의 평균 활동 고도는 823.55 m로 분석되었다. 마지막으로 3차 방사시기의 활동고도는 1차, 2차 방사시기보다 높은 935.12 m로 분석되었다 (Table 3).
3. 행동권
MCP에 의한 행동권은 1차 방사시기의 행동권이 가 장 넓게 나타났으며 (976.60 km2), 3차 방사시기의 행동 권이 가장 작게 나타났다 (135.84 km2). Kernel 95 분석 결 과, 또한 1차 방사시기의 행동권이 가장 넓게 나타났으며 (7244.33 km2), 3차 방사시기의 행동권이 가장 작게 나타 났다 (214.66 km2). 특히 1차 방사시기의 행동권은 3차 방 사 시기의 행동권에 비해 7.7배 넓은 행동권을 나타난 것 으로 분석되었으며, 전체적으로 3차 방사시기의 행동권 은 1차 2차 방사기기의 행동권 크기보다 작은 것으로 나 타났다. 1차부터 3차에 걸친 방사 이후 전체 행동권은 평 균 490.25±435.84 km2이었으며, 핵심 서식지는 113.50± 106.55 km2 (MCP50)와 705.16±1070.21 km2 (K50)로 나 타났다 (Table 4, Figs. 4~6). Fig. 5
고 찰
반달가슴곰은 과거 한반도 내에서의 행동권은 알려진 바 없으며, 지리산을 중심으로 수행 중인 복원사업을 통해 이들의 행동권을 가늠할 수 있다.
지난 2017년 여름철 지리산 내에서 활동 중인 반달가슴 곰의 여름철 행동권은 43.33 km2 (MCP100), 이동거리는 1.91 km로 나타났다 (SRTI 2018). 이 시기에 KM-53 개체의 1차 이주 방사 이후 행동권은 976.90 km2 일평균 이동거리 는 5 km로 나타났는데 이는 개체 고유 성향에 의한 서식지 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급격한 이동 성향을 나타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리산에 소재한 자연적응훈련장에서 1차 방사 이후 20일이 경과한 후 약 80 km 떨어진 수도산으로 이동한 사실에서 비추어 보았을 때 2017년 최초 포획 지 점인 수도산으로 이동하기 위해 고정적인 행동영역을 보 이지 않고 지속적인 이동을 한 것으로 예상된다.
2차 재방사 이후 반달가슴곰 KM-53 개체는 지속적으 로 이동을 했던 1차 방사에 비해 3일 이상 머무르는 행동 을 보이기도 하였으며, 방사 직후 국립공원 경계를 벗어 나 1차 방사시기의 35번 고속국도 횡단 지점 인근에서 다 시 지리산국립공원 내부로 9일 만에 이동하였다. 또한 야 생 먹이가 풍족한 시기의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평균 이 동거리인 1.26 km (SRTI 2018)인 반면 KM-53개체는 1.97 km를 이동한 점을 미루어 볼 때 기존 수도산 지역의 서식 지를 찾아가고자 하는 이동 패턴을 보이다가 겨울 동면을 준비해야 하는 가을철 집중 먹이 섭식시기와 맞물려 먹이 및 서식환경이 비교적 안정된 지리산으로 이동하였을 것 으로 생각된다.
교통사고 이후 완전한 활동력을 회복한 개체는 수도산 에서 3차 재방사가 이루어졌으며, 1차 2차 재방사 이후 에 비해 급격한 이동 패턴을 보이지 않았다. 초기 20일간 의 하루 평균 이동거리는 3.10 km로 전체 하루 평균 이동 거리인 0.99 km에 비해 많은 거리를 이동한 것으로 나타 났다. 이러한 결과는 초기 서식 지역의 탐색 활동으로 인 해 이동거리가 많았고 이후 기존 활동지에 대한 적응하여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고 주요 지역에 머물면서 활동한 것 으로 생각된다. 행동권 또한 1차와 2차에 비해 가장 작은 행동권을 나타냈는데 개체가 안정적인 서식 권을 확보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지리산국립공원에서 활동하는 반 달가슴곰의 2018년 가을철 평균 핵심 행동권인 9.87 km2 (MCP50), 15.54 km2 (K50) (SRTI 2019)에 비해 넓은 면적 을 핵심 행동권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리산 의 반달가슴곰의 평균 이동거리와 행동권은 연령과 성별 을 고려하지 않고 모니터링 중인 전 개체를 대상으로 분석 된 값이라 다소 차이가 있어 수컷 5년생의 개체 특성을 고 려할 때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 된다.
야생동물에게 서식지 이주 행위는 이주된 동물은 익숙 하지 않은 환경에서 새로운 먹이와 은신처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시간과 체력을 소비하게 되며, 특히 먹 이가 부족하고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겨울 철은 이들의 생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ric and William 2002). 따라서 야생동물의 인위적 서식지 이 주는 다양한 조건과 환경에서 고려될 수 있는 마지막 수단 으로써 신중하게 행해져야 할 것이다.
야생동물의 서식지는 생물들이 존재할 수 있는 먹이, 물, 은신처가 마련된 곳이며 성장하고 번식할 수 있는 장소를 말한다 (Adams 1994). 따라서 서식처의 구성요소는 먹이, 은신처, 물, 공간 등이 된다. 특히 서식처의 가장 분명한 구 성요소는 먹이 (Shaw 1985)로 추정됨에 따라 추후 먹이와 서식지 유형에 따른 반달가슴곰의 행동 특성 연구가 필요 할 것으로 판단된다. 본 단보는 야생동물 관리를 위한 서 식지 이주 방사를 고려하는 의사결정 및 반달가슴곰 개체 군의 서식지 확산에 따른 광역적 관리 방안 마련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적 요
과거 한국에는 반달가슴곰이 많은 개체수가 서식하였 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반달가슴 곰의 개체수가 급격하게 감소하였으며, 산업화, 서식지 파 괴, 밀렵으로 인해 절멸 상태에 이르렀다. 2000년대 초반 지리산국립공원에서 극소수의 개체가 활동하는 것이 확 인되었고, 이에 환경부에서는 절멸 위험에 처해 있는 생물 종에 대한 복원과 생태계 건강성 회복을 위해 지리산 반달 가슴곰 복원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외부로부터 한반도에 서식하는 반달가슴곰과 동일한 아종을 도입 방사한지 14 년이 흐른 2017년에 지리산에서 약 80 km 떨어진 수도산 에서 반달가슴곰이 발견되었다. 유전자 분석결과 과거 지 리산에서 방사했었던 3년생 반달가슴곰으로 분석되었으 며 이는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추진한 이후 가장 멀리서 이동한 사례이다. 이후 지리산에서 2회 재방 사를 하여 다시 수도산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 며, 일반적으로 지리산에서 활동하는 반달가슴곰에 비해 많은 이동거리와 행동권을 나타냈다. 수도산에서 3번째 방사 이후 안정적인 이동 패턴과 서식영역을 띠고 있는 것 으로 보이며, 이러한 사례 연구를 통해 지리산 반달가슴곰 집단의 서식지 확산과 이에 따른 광역적 관리 방안 마련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