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 김재형(왼쪽)·조재연 대법관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2.8.25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잘못된 등기부등본을 근거로 부동산 경매 배당금을 받아간 회사가 소송 중 말을 바꿨다가 패소하게 됐다. 대법원은 설정했던 근저당권이 사라졌다면 이를 근거로 신청한 경매는 무효라는 기존 판례도 재확인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5일 A사가 B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승소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에 따르면 B사는 1997년 물품 공급 대리점주가 된 C씨 소유 부동산 4건에 공동근저당권을 설정했다. 물품 대금을 치르지 못할 때를 대비해 저당을 잡아둔 것이다.
B사는 6년 뒤 근저당이 설정된 C씨 부동산 중 1건에 관한 임의경매를 신청해 채권 금액 전액을 배당받았다. 이로써 전체 근저당권이 소멸하게 됐지만, 어찌 된 일인지 등기부에는 나머지 근저당 항목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이에 B사는 2009년 C씨의 남은 부동산에 대한 임의경매를 또 신청했고 이듬해 매각이 끝나 2억여원을 추가 배당받았다.
문제는 A사 역시 C씨로부터 돈을 받아야 할 채권자였다는 점이다. C씨는 연대보증을 서준 회사가 파산하면서 빚을 떠안게 됐는데, 그 빚을 돌려받을 채권을 A사가 인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A사는 후순위 가압류 채권자였기 때문에 B사가 경매 배당금을 받아간 2010년에 한 푼도 가져갈 수 없었다. A사는 B사가 부당 이득을 돌려줘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B사가 수령한 배당금은 이미 소멸한 저당권에 기초한 것이니 A사에게 배당금을 줘야 한다고 봤다. 반면 2심은 "이미 소멸한 저당권에 따른 경매는 무효"라며 배당금은 A사도, B사도 가져갈 수 없으니 경매에서 땅을 산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했다. 사라져버린 근저당권을 근거로 개시된 경매가 무효인 것은 맞지만, B사가 A사에게 배당금을 줘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B사는 애초 저당권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며 2009년 경매를 신청했고 배당금까지 받아갔는데, 재판 시작 후로도 가만히 있다가 2017년 2심이 시작되고서야 "경매가 무효"라는 주장을 뒤늦게 펴기 시작했다는 점 때문이다.
다수 의견 대법관들은 B사의 이런 행태가 금반언의 원칙(이전 언행과 모순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됨)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상대방의 신뢰를 헛되이 하지 않도록 행동해야 함) 같은 민법의 대원칙을 어긴 것이므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경매가 무효이므로 원래대로라면 A사는 배당금의 권리자가 아니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B사에게 제재를 부과해야 하므로 A사가 B사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다.
별개 의견을 낸 김재형·안철상·김선수·이흥구·오경미 대법관 역시 B사가 A사에게 부당이득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이들은 신뢰와 법적 안정성, 경매에서 낙찰받은 사람 등 이해관계인의 이익과 민사집행법 법리를 따져볼 때 경매 개시 결정 당시에 담보권이 소멸한 경우에도 경매는 유효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 경우 배당금 우선권은 A사에 있으니 B사가 돈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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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2022/08/25 17:45 송고2022년08월25일 17시45분 송고